2023년 이야기

2023년 이야기
사건/사고를 해결한 뒤의 푸켓

2023년이 끝났다. 2023년의 마지막 날에 올해 보낸 시간들, 작성한 기록과 생각들, 그리고 한 일들을 살펴보다가 올해의 회고를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23년에는 4,938개의 할 일들을 마무리했고, 1,050개의 노트를 작성했다.

사건 · 사고

올 한해를 돌이켜보며, 아래 사건/사고를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 (1) 특정 금융 사건의 피해자(채권자)가 되었다. 특히나, 이 사건에서 묶인 유동성 중 일부는 아래의 부동산 매입 잔금과 건축비에 필요했던 유동성이라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 (2) 리모델링 사기를 당했다. 서울에 매입한 건물의 리모델링을 하던 과정에서 종합건설사가 무자격 건설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었다. 공사 중간에 무자격 건설업체가 잠적하고 동시에 종합건설사도 공사를 중단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재하도급 업체/인부로 부터 유치권 행사중이라는 현수막이 건물에 걸리게 되었다.

사건 발생을 인지한 순간부터 최우선순위로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집중했고, 지금은 어느정도 문제가 해결되었고 정말 많은 배움들을 얻을 수 있었다.

  • (1) 인생 처음으로 상대방(채무자)을 법무법인을 통해 형사 고소하였고,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회생/파산 신청을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한번도 직접적인 원고로써 소송에 참여해본 경험이 없었는데, 이번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 법적 절차에 대해서 체득할 수 있었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빠르게 일부 자산들을 매각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 덕분에 유동성 위기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 (2)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면해서 협상하고 조율해서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얻은 배움으로 상대방에 대한 이행명령, 압류 절차도 경험했다.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기에 공사 비용 뿐만 아니라 금융 비용도 예산을 초과했지만, 건축비가 상승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마무리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8월에 준공(사용승인)되었고, 해당 건물에는 F&B 브랜드를 개발하는 임차인과 PF를 구성해서 LP로 개인적으로도 참여했다. 현재 이 매장은 11월 오픈해서 해당 상권의 웨이팅 없이 갈 수 없는 맛집이 되었다. 꼬마빌딩 개발의 한 사이클(매입, 명도, 용도변경, 리모델링, 임차)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브랜드 개발의 한 사이클의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었다.

볼드

위의 사건들이 부캐로써의 일이라면, 내 리소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본업에서는 더 많은 일들이 있었다. B2C 사업을 하던 과거와는 달리, B2B/B2G 사업에서의 긴 호흡에 익숙해지면서, 스스로 더 나은 의사결정들을 할 수 있었고 올해 말의 성적표는 다음과 같다:

  • 월간 반복 매출(MRR)이 2.3배가 되었다.
  • 서울에 8개의 사무실을 임차했다. 올해 초에 5개 호실로 시작했고, 12월에 4개 호실을 추가로 임차했다.
  • 2023년 1월, 그리고 11월에 걸쳐서 2차례의 기관 투자를 받았다.

디사이퍼(서울대학교 블록체인 학회)

디사이퍼의 학회장으로 1년을 보냈다. 디사이퍼의 활동들에 대해서는 다른 컨텐츠 에서 자세하게 다루었기에 여기에서는 짧게만 언급하고 넘어가려고 한다. 기존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형태의 (1) 책임감과 (2) 학습과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1) 학회라는 처음 접해보는 조직에서, 한 가지 공통 관심사를 갖되 서로 다른 환경과 나이 등을 갖고 있는 학회원들과 함께 디사이퍼를 운영하며 회사와는 또 다른 형태의 책임감을 경험하며 나 또한 크게 배울 수 있었다. 이 경험이 오히려 서로 다른 특성을 띄는 두 조직 - 회사와 학회 - 에의 운영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 (2) 2022년 말을 돌이켜보면 본업에 선택과 집중하고 있었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를 탈피하고자 전혀 모르던 블록체인 분야에서의 공부를 시작하며 디사이퍼에 학회원으로 함께하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마다 학회를 가는 일이 분명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면서 학습과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솔리디티 문해력

개인적으로는 큰 도전이였다. 현업에서 개발을 안한지/못한지 5년이 넘었고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두려움 때문에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일을 크게 벌려두고, 스스로 도망갈 수 없을 정도의 사회적 압박을 만들어둬야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집글을 게시 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그 결과 7주차의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이 강의 덕분에 3분기에는 모 메인넷의 블록체인 컨설팅도 진행할 수 있었다. 외적인 결과보다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얻은데 더 큰 의의가 있는 프로젝트이다.

잘한 일들

올해 잘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큰 성취들이 아니라, 의외로 일상에서의 사소한 일상들과 변화가 더 뜻깊다. 특히나, 아래의 반복적이고 건강한 일상들 덕분에 위의 사건/사고들을 해결하고 본업에서의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알파 덕분에/때문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밤에 산책했다. 알파는 시바견(2세/남자)으로 실외배변을 선호하기에 매일 산책은 나의 숙명이다.
  •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4월부터는 거의 매일 수영했고, 힘든 시기들에는 아침/저녁으로 두 차례 수영을 했는데 그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고 한 단계 레벨업을 했다.
  • 사무실 근처의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직주근접의 효용은 말할 것도 없고, 몇 없는 스R세권(스세권을 넘은 스타벅스 리저브 세권)을 행복하게 누리고 있다.
  • 많이 읽는 것 이상으로, 많이 쓰려고 했다. 읽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관을 갖고 텍스트로써 풀어내는 시간을 갖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이 덕분에 나만의 취향과 주관을 찾아가는 한 해였다.

마치며

뜨거웠던 20대가 끝났다. 20대 초반에는 멋지다고 생각했던, 그래서 동시에 본받고 싶었던 30대 형들의 모습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20대 나의 선택들은 틀릴 때도 있었고 맞을 때도 있었지만 큰 방향에서는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에 더 가까워지는 선택들이였다. 그 과정에서 포기한 것들도 많았지만 그 만큼 많은 것들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주어진 기회와 행운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30대를 시작하는 지금도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멋지다고 생각하는 40대의 모습을 마음속에 갖고 있다. 30살을 시작하는 2024년에는 10대의 마음으로 열린 마음과 호기심을 갖고 그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